[사설]정권 입맛에 맞춘 감사원 감사로는 보육대란 해결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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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감사원은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이 헌법과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누리과정(3∼5세) 예산을 우선 편성하라고 교육청들에 통보했다. 교육재정 문제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위헌이고,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이라고 못 박지 않았는데 시행령으로 보육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감사원은 법무법인 3곳과 한국공법학회 추천 교수 3명, 정부법무공단 등 7곳에 자문해 이런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부 또는 일부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 11곳 중 9곳은 돈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행령이 위헌 또는 위법한지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감사원이 이 문제에까지 개입함으로써 보육대란 책임을 놓고 다투는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교육부 편을 든 ‘정치 감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실제로 감사원 발표 내용은 지금까지의 교육부 방침과 거의 같다. 교육감들이 “감사원은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 책임”이라고 반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3월 7일부터 4월 1일까지 진행했다. 보통 5, 6개월 걸리는 감사를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끝낸 것이다. 감사원은 2차 보육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때에 맞췄다고 해명하지만 교육청들은 이 역시 감사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의심한다. 감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교육감들이 거부하면 전혀 실효성이 없는데도 감사원이 헛심만 쓴 꼴이다.

2013년에도 감사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 강 사업을 주도했다며 사법처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보다 2년 전엔 4대 강 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작년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이제는 제가 (박근혜) 대통령께 보답할 차례”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기 식 감사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상실했다. 이런 감사원을 내세워 교육청을 압박하는 식으로는 누리과정 보육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영유아보육법#누리과정 예산#감사원#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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