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진해운·현대상선 연명시키는 구조조정은 하나마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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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오늘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산업 구조조정 플랜을 공식 발표한다. 심각한 부실이 드러난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침을 밝히고 구조조정의 원칙을 언급할 것이다. 5대 취약 업종 중 해운과 조선업의 경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구상에는 과거에 본 듯한 익숙한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산은이 기존 대주주 지분을 줄이는 감자(減資)를 실시한 뒤 새로운 자본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빚이 많아 마이너스로 떨어진 순자산 가치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대신 산은이 해당 기업의 대주주가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부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하려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은 이런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산은은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다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을 구조조정할 시기를 놓친 전력이 있다. 정부는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할 것”이라고 강조하겠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혈세를 퍼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한국형 양적 완화’를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자칫 좀비 기업의 수명만 연장할 공산이 커질 뿐이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파산 가능성이 높은 법정관리보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업 사태나 지역 경제의 파탄 같은 후폭풍을 회피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미룬 대가를 우리는 지금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좀비 기업들이 멀쩡한 기업들과 출혈 경쟁한 결과 공멸의 지경에 이르렀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처럼 당장 도미노 도산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위기 상황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부실 기업을 모두 산은 자회사로 편입하는 식의 모르핀 처방에 그친다면 속으로 곪은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빈사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구조조정#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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