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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中에 한반도 운명 맡기고도 정치권은 對北정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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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中에 한반도 운명 맡기고도 정치권은 對北정쟁인가

동아일보입력 2016-02-24 00:00수정 2016-0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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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어제 국회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찾아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개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다. 추 대사는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한 가지 문제(사드 배치)로 파괴될 수 있다”며 한미를 이간질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의 주권임에도 중국이 명백한 내정 간섭에 나선 것은 한국을 과거 조공국처럼 여기는 오만함의 표출이다.

사드 배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안을 협상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추 대사의 발언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추 대사는 “사드 문제가 없었더라면 벌써 새 유엔 결의가 채택됐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어제로 예정된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약정(TOR) 체결이 미국 측의 요청으로 갑자기 연기됐다. 방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안의 수위를 놓고 벌이는 최종 담판에서 사드가 ‘지렛대’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중국해 문제 등 글로벌 차원의 다른 현안들도 깊이 논의되는 미중 워싱턴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바둑돌’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민족과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다. 23일(현지 시간) 열린 미중 외교 수장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수도 있는 수준의 초강경 제재에 반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공군을 무력화하도록 항공유의 금수(禁輸)조치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강경한 금융제재까지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숨이 끊길 정도로 돈줄을 죄지 않으면 북은 버틸 것이고, 핵과 미사일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중국은 북한 요구대로 6·25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북한 비핵화를 동시에 논의하는 것도 주장했을 가능성도 크다.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강대국에 맡긴 참담한 상황인데도 여야는 어제 종일 테러지원법, 북한인권법의 국회 처리를 놓고 정쟁에 골몰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로 맞서 국회 처리가 진통을 겪었다. 북한인권법 처리 역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앞으로 추 대사의 공개 경고에 따라 야당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강하게 들고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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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결정한다 해도 우리의 의지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북 제재안에 여야가 함께 지지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고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지적한 바 있다. 지금 같은 엄중한 상황에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법안을 놓고 어떻게 정쟁을 벌일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망국(亡國)에 책임이 있는 100여 년 전의 위정자들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추궈훙#중국#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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