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실적 악화-환율전쟁에 눈 감고 귀 막은 더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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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0.1%로 낮춰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다. 국제 유가 급락과 중국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내놓은 극약처방이다.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도 올 3월 금리를 더 인하할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평가 절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환율전쟁을 촉발하고 중국 유럽까지 가세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개별 기업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진으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1조2900억 원 감소했다. 2011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대신할 ‘효자 제품’ 발굴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포스코도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구본무 LG 회장이 최근 “지금의 어려움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면서 “절박함을 갖고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한 것은 기업에서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위기에 빠졌지만 정부나 한국은행이 내놓을 카드는 마땅치 않다. 수출경쟁력만 생각하면 일본이나 중국처럼 금리 인하와 원화 약세가 필요하지만 가뜩이나 위험 수위인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국가채무가 2월 초 600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는 마당에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도 리스크가 크다. 재정, 금리, 환율정책이 모두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확한 판단과 선택으로 각기 다른 방향에서 삼각파도가 몰려오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내우외환으로 국민과 기업의 비명이 커지는데도 정치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국회 처리 합의를 깬 것은 무분별한 경제 발목잡기다. 합의를 깬 다음 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더민주당 지도부는 광주와 김해를 방문하며 여야 협상을 외면했다. 더민주당이 ‘원샷법=삼성특혜법’이라는 편협한 경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반(反)민생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결국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기업실적#환율전쟁#더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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