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구 수 결정’ 무산, 與野도 획정위도 한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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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어제 20대 총선의 지역선거구 의석수 결정에 실패했다. 선거구획정위는 당초 어제까지 국회가 지역구 의석수를 정해주지 않으면 244∼249석 범위에서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최후 통첩했으나 난상토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전체회의 일정조차 못 정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선거구획정위도 한심하지만, 원래 자신들 몫인 선거구 의석수 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한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여야는 당초 이날 선거구획정위에 발표 연기를 요청하려다 합의가 안 되자 포기하고 대신 발표 이후에도 추후 의석수 결정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의장에게 선거구 조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은 이달 13일까지다. 그 전까지는 여야가 의석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시한이 촉박하면 선거구 조정 작업에 차질이 생긴다. 선거구획정위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거구 조정의 소임을 다해야 하고, 법정 시한도 준수해야 한다.

선거구 조정은 여야, 또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에 이해관계가 얽힌 까닭에 역대 총선 때마다 매번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2월에야 겨우 조정안을 확정하는 진통을 겪었다. 선거구가 사라지는 농어촌 의원과 주민들의 시위도 극심했다. 그래서 여야가 법 개정을 통해 만든 것이 바로 선거구획정위다. 이전과 달리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독립기구로 두고, 조정안이 기준에 명백히 어긋나지 않는 한 국회가 수정할 수 없게 했다. 조정안의 법적 확정시한은 11월 13일이다.

정치권은 어느 누구든 추호도 선거구획정위를 흔들 생각을 말아야 하고, 선거구획정위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애써 만든 법까지 못 지킨다면 정치개혁도, 정치에 대한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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