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블랙 프라이데이 ‘반짝 소비’로 끝나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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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끌고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가 오늘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전국의 백화점 71개, 대형 마트 398개, 편의점 2만5400개와 전통시장,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프랜차이즈 외식업체까지 참여해 제품을 최대 50∼80% 할인 판매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로 이날부터 연말까지 평소보다 할인 폭이 큰 대규모 세일이 이어진다. 연간 소비의 20%가 이 기간에 집중된다.

한국에선 소비심리를 살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제안했다. 투자와 수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제조업체가 주도해 ‘재고 떨이’를 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유통업체 주도로 이뤄져 일부 미끼 상품을 제외하고는 할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세일이 끝나면 다시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오늘부터 1주일간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 수십만 명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을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8월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 개별 소비세를 인하한 뒤 국내 카드 사용액과 승용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3개월째 상승세다.

지금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고 있는 것은 쓸 돈이 없고 미래가 불안해서다. 각 가정은 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어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이 137.6%(2014년 말 기준)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근본 처방 없이 쇼핑 세일만으로 소비가 지속되긴 어렵다. ‘미친 전세금’을 잡아 주거를 안정시키고 노후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더 튼튼해져야 한다.

지금 부동산 분양 외에는 경기가 좋은 업종이 없다. 수출은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작년보다 줄었으며 기업 체감경기도 나쁘다. 본보가 전국 각 지역의 상공회의소 회장 60명에게 설문조사해 보니 “불황의 고통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다”고 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근본 대책이 따라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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