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발 뗀 수도권 규제 완화, 세계적 추세 따라 더 과감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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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수도권 공장 신·증설과 산업단지 인·허가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정보통신·융합서비스업 중심으로 입주 업종도 확대된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지만 수도권의 경우 지금까지 투자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한 규제를 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조치다. 국회를 통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이 힘든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수도권 규제에 숨통을 터주는 우회적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제1차 규제개혁 점검회의 겸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꺾이고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절실히 원하는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는 의미다.

재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곁가지만 건드린 것일 뿐”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좀 더 본질적인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도권 공장총량 제한 같은 핵심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를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과감하게 풀자”고 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세미나에서도 수도권 규제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 산업구조 고도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올 상반기 20대 실업자는 41만 명으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청년고용률은 41%에 불과하다.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로 소모적 갈등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수도권 규제 정책은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1982년부터 ‘성역’처럼 유지됐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그 대신 기업의 투자 포기와 해외 이전 같은 후유증이 크다. 대학 경쟁력도 갉아먹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영국은 2010년 런던 동부를 정보테크놀로지(IT) 중심의 ‘테크시티’로 개발하는 규제 철폐 조치로 3년 새 런던 전체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27%를 만들어 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 요코하마, 나리타 공항 등 11곳을 패키지로 묶어 도쿄 권역의 국가전략특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티’가 국가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다. 감질나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수도권 규제 철폐로 경제성과를 높이고, 이를 지방으로 확장시켜 고른 발전을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첫발#수도권 규제 완화#세계적 추세#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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