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실업 앞에 희망 접은 세 자매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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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 3명이 동반 자살했다. 33세와 31세 여성은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고 29세 여성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딸만 다섯인 가정에 셋째부터 다섯째까지 자매인 이들은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이 자살 직전에 각각 남긴 유서에는 “사는 게 힘들다”는 내용이 모두 들어 있었다. 경찰은 “세 자매 중 두 명은 몇 개월 전 실직했고 나머지 한 명도 최근 실직해 낙담이 컸던 것 같다”며 “일단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자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출가한 큰딸 등을 빼고 지금은 세 자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간호조무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주로 비정규직 근로자로 일했으나 그마저도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만으로 세 자매가 동시에 자살한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는 않지만 빈곤의 대물림이 청년실업과 맞물려 일어난 비극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청년실업률은 10.7%로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였던 올해 2월의 11.1%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취업포기자 등은 반영하지 않은 수치여서 실제 청년실업률은 최대 20%에 가깝다. 청년실업은 연애 출산 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게 만든다는 자조(自嘲)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변치 못한 일자리마저 잃은 30세 전후의 세 자매가 누구보다도 이런 고통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자살 사건은 지난해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사건처럼 국가 차원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고 긴급 구조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30세 전후의 세 자매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자기 입에 풀칠을 못하겠는가. 이들은 남들처럼 연애하고 출산하고 결혼하는, 그 나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개혁은 연금 개혁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최우선의 과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혁파해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의 상황이 개선된다. 연금 개혁의 첫 단추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무늬만 개혁’으로 끝나가고 있다. 노동 개혁마저 유야무야된다면 단순히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기성 세대가 미래 세대에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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