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에서 시동 건 韓日 화해, 외교 분야로 확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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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그제 도쿄에서 만나 한일의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금융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최 부총리와 아베 신조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가 ‘정경(政經) 분리 투트랙(Two-track) 원칙’에 합의하고 정부 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부총리 이상의 고위 각료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며, 한일 재무장관 회의도 2012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재개됐다. 그제 필리핀에서 한일 통상장관 회의가 열렸고 30일에는 싱가포르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의가 이어진다.

다음 달 22일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한일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 갈등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작년 한일 교역량은 859억 달러로 2011년보다 221억 달러(20.5%) 줄었다. 일본의 한국 투자와 관광객 방문도 감소하는 추세다. 한미일 3국 간의 외교 및 안보협력도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아베 정권 출범 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한일 관계 악화에 보다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방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노력을 촉구했다. 아베 정권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년과 한일 수교 50년을 맞는 올해, 가해의 역사를 인정하고 최소한 한국인들의 상처를 덧내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도 강경 일변도의 대일 외교가 초래한 후유증을 직시하고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민감한 한일 현안에 대해 청와대나 외교부 대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주 일본을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목청을 높여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경제력을 비롯한 국력을 키우는 일이 진정한 극일(克日)의 길이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제 베이징을 방문한 대규모 일본 문화관광 사절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침략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중일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의 유화적인 태도는 동북아의 갈등을 화해 국면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 정부는 모처럼 재무장관들이 이끌어낸 관계 개선 합의를 외교 안보 분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 정상회담 성사로 이끌어 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자제와 협력 정신이 필요하다.
#최경환#아소 다로#과거사#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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