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案에서 구체적 수치 뺀 野, 국민을 바보로 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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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과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공당(公黨)인가.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을 사흘 앞둔 어제 자체 안(案)을 낸 것도 무책임한 데다 내용도 ‘맹탕’ 수준이다.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을 현행 7%에서 ‘7%+α(알파)’로 높이고, 지급률(공무원이 받는 연금액 비율)을 현행 1.9%에서 ‘1.9%―β(베타)’로 낮추겠다고 했을 뿐 얼마를 더 내고 덜 받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런 것을 안이라고 내다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 듯하다.

새정치연합은 그제 언론에 기여율과 지급률의 구체적인 수치를 슬쩍 흘렸다가 공무원단체들이 반발하자 어제 수치를 뺀 자체 안을 발표했다. 국민보다 공무원 눈치를 더 살핀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된 것이다. 그러고도 자신들 안의 재정절감액이 2080년까지 321조 원으로 새누리당안보다 55조 원 많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명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적 관심이 걸려 있는 논의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다. 공무원단체도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안은 기여율과 지급률에 국민연금의 성격을 반영해 하위직은 내는 보험료에 비해 연금액을 많이 가져가고, 고위직은 그 반대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신규 임용자와 현직 공무원을 구분하지 않아 국민연금과 형평이 맞지 않는 공무원연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안의 경우 2016년 신규 공무원 임용자부터 국민연금 체계를 적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기본 원칙은 연금 수급액이 적은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모순적 구조를 깨는 것이다. 연금 전문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결책은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 하나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야 나중에 또 개혁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공무원은 특별한 국민이 아니다’라는 전제 아래 올해 10월부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와 유사한 미국과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이던 2008년에 신규 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야당으로 바뀌니까 갑자기 공무원들이 우군(友軍)으로 보인다면, 혈세를 바쳐야 하는 국민은 적(敵)이란 말인가. 문형표 장관은 학자 시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수립 과정에 공무원노조 대표들이 참여하면서 개혁 의지가 사라지고 기득권 보호만 강조됐다”며 “외국의 사례를 봐도 공무원 참여 없이 개혁안을 마련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과 공무원단체에 개혁 의지가 없다면 국민과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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