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5주년, 도발 부인하는 北에 5·24해제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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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26일은 북한의 기습적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두 동강 나면서 46명의 젊은 장병들이 산화한 날이다. 2010년 5월 24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이라고 규정한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대북(對北) 교류협력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는 정치·군사적 신뢰 없는 경제협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시프트’이자 북한 정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엄중한 의미가 있다.

어제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가 “5·24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북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잠꼬대 같은 넋두리”라며 “날조한 근거에 기초해 꾸며낸 5·24조치는 지체 없이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행태다. 천안함 폭침은 미국 호주 전문가를 포함한 73명의 조사단에 의해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됐고, ‘1번’이라고 쓰인 북한 어뢰 추진체도 확보됐다. 김정은은 지난해 6월 잠수함 전투훈련을 지휘하면서 “적 함선의 등허리를 무자비하게 분질러 놓으라”며 천안함 폭침을 연상케 하는 지시까지 내렸다.

금강산관광 중단 등으로 돈줄이 끊긴 북이 남한정부 압박과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고 제재 해제 공세를 펼치는데 우리 내부에서 장단을 맞추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북한의 변화와 상관없이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인터넷 등에는 ‘남한정부 자작설’ 같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가 떠돈다.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엄두조차 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군은 개혁을 다짐했다. 그러나 잇단 성(性)추문에 장성들의 방산비리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와 국민이 되레 군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북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도 우리 군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고, 정부가 북을 너무 물렁하게 대해 제대로 응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여건 조성은커녕 천안함 폭침이 ‘날조’라고 주장하는 북한 정권에 5·24조치를 풀어주는 것은 면죄부에 선물까지 주는 일이다. 북과의 대화는 추구해야 하지만 원칙 없는 대북제재 해제는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천안함 46용사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천안함 5주년#5·24해제#도발#방산비리#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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