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의 지자체 특감, 하필이면 지금 나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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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7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될 특별감사 가운데 1차에 해당하는 이번 감사는 광역자치단체 10여 개, 기초자치단체 60여 개를 대상으로 5월 1일까지 실시된다. 감사원 측은 “자치단체의 예산 낭비 및 위법 사례가 적발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에는 주민들의 인기에 목을 매는 단체장들이 많아 불합리한 사업이나 방만한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월 지방재정 운영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고, 황찬현 감사원장은 2월 4일 지자체의 방만 재정을 수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0%에서 지난해 45%로 하락했다. 전체 지자체의 부채는 지방공기업 부채를 포함해 100조 원을 넘어섰다. 호화 청사나 문화예술회관 건립, 각종 축제나 행사 등에 소요되는 예산 낭비만 줄여도 지방 재정에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다. 지자체가 스스로 방만 재정을 개혁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감사원이 나서 지자체 운영 실태를 감독하고, 잘못된 행정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부정부패 척결 담화를 발표한 이후 사정기관들이 일제히 경쟁이라도 하듯 나서는 데 감사원이 끼어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감사원은 국가예산을 쓰는 기관을 상대로 상시(常時) 감사를 하는 곳이다. 특히 광역지자체장 가운데는 야당 소속도 많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 등 대선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다. 광역지자체장에 대한 고강도 특별감찰을 병행하다가는 자칫 ‘표적 감찰’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감사원이 휴일인 그제 지자체 특감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최근 감사원 4, 5급 공무원 2명이 성매매 혐의로 적발된 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국세청 간부에 이어 감사원 직원까지 같은 혐의로 직위 해제돼 조사받는 것은 권력기관 종사자들의 일탈 행위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감사원은 지자체 고위 공직자에 대한 고강도 사정을 선언하기 전에 내부의 부정부패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감사원#지자체#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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