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춘·3인방 안고 간 靑 개편으로는 위기돌파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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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어제 청와대·내각의 인사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편 내용을 뜯어보면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여론이 요구한 변화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과감한 정리였다. 그러나 김 실장은 “청와대 조직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라 조금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유임됐다. 후임자를 구할 때까지 유임할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김 실장 사퇴론이 나온 게 언제인데 후임자 타령이냐는 생각이 든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홍보수석실로 이동하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그대로다. 앞으로 인사위원회에 참석시키지 않는다지만 직책은 그대로이니 회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영향력은 줄지 않을 것 같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실 폐지에 따라 해당 업무까지 흡수해 되레 막강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 비서관’이라고 부른 ‘3인방’과 김 실장은 대통령의 소통문제와 인사난맥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이들을 문책하지 않은 것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진단대로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굳어진 시스템을 떠나서는 일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확인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자기 스타일도 못 바꾸는 판에 구조개혁이나 경제혁신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총리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전격 교체된 것도 청와대 인적쇄신이 기대 이하라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민정특보에 내정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민정비서관에서 수직 상승한 우병우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의 까마득한 검찰 선배다. 옥상옥(屋上屋) 격이어서 검찰에 대한 컨트롤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대면보고가 필요하냐”고 참모들에게 묻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상근 특보들이 소통과 협의 창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어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일주일 새 5%포인트 더 떨어진 30%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거듭 경신했다. 40%에 이른다는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하고 새누리당의 지지율과도 역전됨으로써 이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2차 개편에서 민심을 돌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쇄신이 없을 경우 국가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은 박 대통령 말대로 ‘now or never(지금 아니면 영원히 안 된다)’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기춘#3인방#개편#인사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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