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 안심국가’ 외친 정부, 한수원 해킹은 왜 못 막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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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반대그룹 회장’을 자칭한 정체불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어제 또 원전부품 도면과 매뉴얼 등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내부자료를 트위터에 공개하고 추가 공개까지 예고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대외비’ 문서가 공개된 것은 원전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원전에서 재난이나 테러가 발생하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도 심각하지만 원전이 뚫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사능 유출 공포를 일으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나라들이 원전을 1급 보안시설로 지정하고 이중삼중의 보안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원전 해킹을 단순한 한수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이달 15일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 문건이 공개될 때까지 한수원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도 한심하지만 정부의 대처도 무능하기 짝이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해킹세력이 트위터에 올린 자료 외에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유출 시점과 장소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달 16일 정부는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으로 사이버 안심국가 초석을 다졌다”고 요란하게 홍보한 바 있다. 작년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3·20 사이버테러’ 이후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미래부, 국정원, 국방부 등 16개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마련했고 사이버공격 발생 시 대응체계를 정비했다더니 말짱 헛말이었단 말인가. 한수원 해킹에 속수무책인 정부가 군부대 송배전망 교통시설 국가기간방송 등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사이버테러는 또 어떻게 막아내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번 원전 해킹이 한수원 내부사정을 잘 아는 반핵주의자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 소니 해킹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것과 맞물린 시기여서 더 불안하고 불길하다. 해커가 쓴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에서 ‘아닌 보살’이라는 말은 모른 척한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흔히 쓴다. 업계에선 이미 국가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로 보고 있는데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서 수사하는 것도 문제를 축소하려는 대응 같다.

그동안 한수원의 숱한 보안사고에도 불구하고 번지르르한 대책만 내놓을 뿐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정부는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안보 차원에서 사이버보안 체계와 사이버테러 전략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수원#해킹#원전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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