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이 사는 길 제시한 53년 만의 미-쿠바 국교정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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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가 53년 동안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쿠바는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 단 두 나라뿐인 ‘냉전의 잔재’로 꼽혔다. 미국과 쿠바의 화해는 세계가 동서 진영으로 갈라져 이념 대립을 하던 냉전시대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확고하게 진입했음을 알리고 있다.

미국과 쿠바의 적대감은 뿌리가 깊다. 1961년 미국의 쿠바 침공, 1962년 미-쿠바 핵미사일 위기로 이어지면서 두 나라는 반세기 이상 최악의 관계로 지내 왔다. 돌파구는 양국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 이후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주요 외교 목표로 설정해 지난해 6월부터 비밀 협상을 벌여 왔다.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는 외국인 투자 확대, 여행 자유화 등 개혁개방 정책을 폄으로써 적대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라울의 이번 결단으로 해마다 수천 명의 쿠바 국민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통해 미국으로 탈출하는 비극이 막을 내릴지도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쿠바의 화해로 ‘악의 축’이나 ‘불량 국가’로 지목된 국가들이 대부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는 역사의 반전이 이뤄졌다. 리비아 이란 미얀마가 미국과 관계 개선에 성공해 내전 상태인 시리아를 제외하면 북한만 홀로 미국과 화해하지 못한 나라로 남게 됐다. 북한이 느낄 충격이 클 것이다.

쿠바와 북한은 ‘형제 국가’로 부를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내년이면 집권 70년이 되는 북한 김일성 일가의 3대 세습과, 1959년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장기 통치하는 쿠바 체제 자체가 닮은꼴이다. 하지만 쿠바는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쿠바 권력자 라울은 2018년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한 세미나에서 “북-미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비결이 핵 위협이 아니라 개혁개방임을 보여줬다. 북한은 지구상 유일한 은둔국으로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북한#미국#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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