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재부-韓銀 인사 교류 실험이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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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파견 근무 형태로 국장급 간부를 인사 교류한다. 맞교환할 자리는 기재부의 민생경제정책관(부이사관급 개방직)과 한은의 국제국 부국장으로 정해졌다. 거시경제정책을 맡은 중앙부처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고위 간부 인사 교류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인사 실험이다.

국장급 인사 교류는 기재부 장관을 겸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9월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서로의 생각과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제의하고 이 총재가 동의해 성사됐다. 기재부 서기관이나 사무관, 한은 팀장이나 차장이 파견 형식으로 상대 조직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이번엔 정책 결정권을 지닌 국장급 교류여서 무게감이 다르다.

기재부와 한은은 조직문화가 확연히 다르고 두 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1996년과 1997년에는 이른바 ‘한은 독립성’ 문제를 둘러싼 공개적 마찰이 감정 대립으로 치달아 외환위기를 막는 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올해 9월에는 최 부총리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날에 이 총재가 “재정·통화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간부 인사 교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을 원활히 해 ‘정책 엇박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최근에는 두 기관이 대놓고 다투는 모습은 줄었지만 경제 인식을 둘러싸고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기재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에 한은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직접 언급은 피하면서도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 한은은 반대한다. 기관과 사람에 따라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지금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기재부와 한은 사이에 너무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기재부는 한은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의견 교환의 기회를 늘리고, 한은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물가 안정 논리에 집착해 경제의 큰 흐름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획재정부#인사#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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