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항공 출신 감독관에 ‘땅콩 리턴’ 조사 맡기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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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어제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불러 2차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박 사무장의 출석 거부로 무산됐다. 그는 8일 1차 국토부 조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막말과 폭행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12일 검찰 조사와 방송 인터뷰에선 조 전 부사장의 소란행위뿐 아니라 대한항공 직원들의 회유 사실까지 폭로했다. 직원들이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이라서 조사라고 해봐야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니 박 사무장이 국토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전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대한항공이 국내 최대의 항공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친 편중이다. 항공안전감독관은 항공법상 항공안전과 관계된 시설에서 장부·서류 등을 검사하는 공무원이어서 항공사와 유착할 경우 엄정한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단 6명에 포함된 2명의 항공안전감독관도 모두 대한항공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유착관계를 의심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조사단에서 배제하지 않았으니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은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부는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감독관을 선발해 ‘항공사 봐주기’는 있을 수 없다지만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도 건성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12일 국토부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막말과 폭행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사실 확인에 “처음 듣는 소리”라고 답했다.

대한항공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조 전 부사장 소환 때도 국토부를 휘젓는 듯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서울 공항동의 국토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출입구를 막고 기자들 출입을 통제하며 임의로 ‘포토라인’을 긋는데도 국토부는 수수방관했다.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이 쓸지 모르니 조사실 옆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라고 건물 경비원을 다그쳤다니 국토부 건물을 사옥으로 아는 모양이다.

조사 과정부터 공정성을 의심받은 국토부가 대한항공 기내 소란행위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들이 대한항공 출신 일색이어선 승객들이 이 회사 항공기의 안전마저 믿지 못할 수가 있다.
#땅콩 리턴#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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