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오죽 답답하면 원로들이 ‘비상국민운동’ 나섰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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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올해 5월 결성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산하 기구인 경제혁신비상국민운동을 내년 초 발족하기로 하고 어제 발기 선언문을 발표했다. 송월주 스님, 이종윤 서경석 목사, 이한택 주교, 이세중 변호사, 김진현 이상훈 전 장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우파 성향 인사가 많지만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처럼 합리적인 좌파 인사도 상당수 가세했다.

원로들은 선언문에서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고 ‘혁명적 수준의 경제혁신운동’을 호소했다. “빵을 나누는 데만 급급했고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난무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지 못하면서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할 여력도 얻지 못했다”는 진단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자아낸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각범 KAIST 명예교수는 “국민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무정부주의가 민주주의인 것처럼 생각하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역설했다.

이들은 경제정책의 탈(脫)이념화와 탈정치화,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개혁, 유연한 노동제도의 정착과 기업의 투명경영, 무상복지 포퓰리즘의 청산과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 복지 확대를 강조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의 생산적 변모, 정부 경쟁력 제고, 교육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필요한 제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한국 경제를 이끈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영업 실적이 추락하고 그 여파가 중견,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골목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린다.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리 인하와 통화량 확대,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펴온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은 일본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단기 부양책 성격이 짙다. 현실적으로 이런 정책도 필요하지만 최근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충격으로 조기 총선을 선택한 아베노믹스의 위기는 돈을 푸는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정부와 정치권은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산업 전반의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같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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