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비핵화’에서 ‘핵 활동 중단’으로, 6자회담 문턱 낮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6자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핵 활동을 중단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에 ‘2·29 합의+알파’라는 비핵화 사전 조치를 요구했던 것에서 전제 조건이 다소 완화됐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체결한 유일한 합의인 2012년 2·29 합의는 북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핵 및 미사일 실험 유예,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이 골자다. 미 6자회담 특사의 발언에 때맞춰 북은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 가운데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석방하며 미국 측에 대화 신호를 보냈다.

북핵은 미국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까지 검토했던 1994년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위기를 봉합한 그해 10월 제네바 북-미 합의는 2002년 북이 몰래 우라늄 핵을 개발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깨졌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은 2005년 북의 핵무기 및 핵 계획 포기에 관한 9·19 공동성명까지 냈으나 2008년 12월을 끝으로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합의를 지키려는 북의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6자회담 중단 이후 북의 핵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이 핵탄두 6∼8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은 올봄 4차 핵실험 움직임까지 보였다.

군사력으로 북한 핵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중국의 비협조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언급한 “창의적이고 다원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하라는 것과 다름없기에 안 될 일이다. 회담 재개의 문턱을 다소 낮추더라도 북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면 고려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의 핵 포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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