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 필요해도 NLL은 논의 대상 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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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판문점에서 3년 8개월 만에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은 합의 없이 끝났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접촉이 끝난 뒤 “북측은 ‘서해 해상경비계선’ 내에 우리 함정의 진입 금지,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언론을 포함한 비방 및 중상 중지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남북이 다시 머리를 맞댄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지만 북한이 2004년부터 제기해 온 ‘서해 해상경비계선’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책동을 되풀이하겠다는 의도여서 개탄스럽다. NLL은 정전 후 우리가 관리해 온 해상 경계선이다.

북한은 1차 연평해전 3개월 뒤인 1999년 9월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NLL 남쪽에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2000년 3월에는 이를 근거로 ‘서해 5개 섬 통항 질서’를 발표했다. 이어 2004년 12월에는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새로 꺼내 들었으나 황당한 주장일 뿐이다.

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과 그해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직후였다. 당시 남북이 논의했던 서해 공동어로 수역은 사실상 NLL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남북은 1991년 12월 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다. 따라서 새로운 경계선이 필요하다면 기본합의서에 따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야지, 장성급 회담의 의제로 올릴 일은 아니다.

대북 전단 살포도 민간이 하는 일이므로 정부가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북한은 너무도 폐쇄된 사회”라며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보내는 것이 대북 전단”이라고 말했다. 이런 순기능을 가진 전단 살포를 북이 요구한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

정부는 2차 고위급 회담을 이달 30일 갖자고 제안했다. 이 회담에서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재발 방지를 먼저 약속해야 이 사건으로 내려진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어제 북이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것을 핑계로 회담이 열리는 동안 의제와 참석자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회담이 끝난 뒤에야 브리핑을 했다. 대북 정책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실제로는 비밀주의의 타성에 빠져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남북 관계에선 급할수록 돌아가고, 정도(正道)를 걸어야 뒤탈이 없으며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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