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층 부담 큰 ‘꼼수 증세’로 복지비용 메울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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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세에 이어 지방세인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올린다고 발표한 데 대해 손쉬운 증세(增稅)라는 비판이 거세다. 안전행정부는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 원으로 올리고, 택시와 화물차 등 영업용 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도 3년간 50∼100% 올리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 증세는 없다”고 공언한 박근혜 정부가 조세 저항이 적은 분야의 세금을 올려 ‘꼼수 증세’를 하는 것은 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달콤한 복지 공약만 내세웠다. 무상급식 기초연금 무상보육을 국민에게 거저 주는 것처럼 선심 쓰다가 이제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쓸 곳은 많은데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는 줄어 재정적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20조 원 늘린다는 계획안을 18일 발표한다. 내년도 재정적자는 30조 원을 훌쩍 넘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가 된다.

증세를 해야 한다면 정부가 정직하게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이 “현 상황에서 정공법식 증세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그것도 하필 담뱃세처럼 걷기 쉬운 간접세나, 주민세처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가구주에게 동일한 액수로 일괄 부과하는 인두세로 서민층에게 더 부담을 주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그러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박근혜 정부의 서민 증세는 거위 털 뽑기가 아니라 아예 목 조르기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체계적 세제 개편 논의를 미루는 것도 안이하다. 최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과세표준 1000억∼5000억 원인 중견기업은 법인세 실효세율이 19.7%인 반면, 5000억 원 이상 대기업은 18.5%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조세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득세 재산세 부가가치세 등 근간이 되는 조세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 휘발유 단속만 제대로 해도 1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본다. 정부가 탈세와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 구조를 정비하는 모습부터 보여주어야 국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손쉬운 증세에만 손을 댄다면 조세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심각한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복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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