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권, 세월호 빙자한 ‘정치투쟁 좌판’ 그만 치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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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어제 9일 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이제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 당의 대열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동조 단식을 이끌었던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다행히도 어제 46일간 이어오던 단식을 그쳤으니, 문 의원이 더 단식할 명분도 없어졌다. 김 씨는 가족의 만류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단식을 달갑게 보지 않는 민심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다.

문 의원의 단식은 새정치연합이 장외 강경투쟁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이 작지 않다. 그는 단식 전에 친노(친노무현) 인사들과 만나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김 씨와 세월호 참사를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명분으로 앞세워 당권을 장악하려는 친노의 전략에 새정치연합도, 대한민국도 포로로 잡힌 셈이다. 사회의 불만과 갈등을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으로 가져가 조정하고 완화시키는 것이 정치인의 소임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였다는 사실이 참담하게 느껴질 정도다.

결국 문 의원과 친노 강경파의 의도대로 국회를 버리고 장외 투쟁에 나선 새정치연합은 어제 서울 강남 명동 일대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벌였다. 30일에도 ‘비상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온건중도파 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친노 강경파에 사로잡힌 지도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여당과의 협상 대표이자 당을 이끌고 있는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부터 정치를 버리고 대여(對與)투쟁의 최전선에 나섰으니 더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야당 강경파와 유가족의 곁에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라는 단체가 있다. 전국에 걸쳐 촛불 시위와 릴레이 단식 등으로 강경 투쟁을 주도하면서 30일까지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본보 취재팀의 분석에 따르면 756개 참여 단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용산 사고, 제주 해군기지 반대, 쌍용차 사태, 광우병 사태를 주도했던 단체 상당수가 포함됐다. 박석운 공동대표를 비롯해 대책회의를 이끌고 있는 면면들도 ‘단골 시위꾼’들이다. 이번엔 세월호를 구실로 다시 한번 반(反)정부 투쟁의 불길을 지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의 ‘세월호 투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차갑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도는 추락을 거듭해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소리 없는 민심의 외침이다. 지금 야당과 유가족, 그리고 이들을 부추기는 대책회의는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야권은 민심이 몽둥이로 변하기 전에 세월호를 빙자한 정치 투쟁의 좌판을 거둬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이제라도 길거리투쟁을 접고 당장 국회로 돌아가기 바란다. 5000만 명이 사는 대한민국이 4개월 넘게 세월호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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