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식으로 새정연 장외투쟁 몰고 간 문재인, 자랑스러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겠다며 8일째 단식 중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제 새정치연합 의원총회가 열린 시간에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영화제 ‘변호인’ 홍보 행사에 참석했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영화 ‘변호인’ 속 권력의 폭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제 의총에서 새정치연합은 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파기하고 당내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대여(對與) 투쟁으로 돌아섰다. “히틀러의 나치즘에 저항하듯 (국민이) 박근혜에게 저항하고 있다” “(산발적인) 의원들 동조 단식은 의미 없다. 전원 의원직 사퇴서를 지도부에 제출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했다. 재합의안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문 의원이 의총장에서 따지고 발전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상임고문’이라는 그의 당내 역할과도 맞을 것이다. 그가 의총장 대신 노무현재단의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강경파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재합의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돌출 행동이다.

결국 어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국회에서 농성을 벌였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강경파가 지도부를 압박해 본격적인 대여 투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작년에도 정국이 정상으로 돌아갈 만하면 문 의원이 반드시 등장해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열람하라” 등의 주장으로 김한길 당시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장외투쟁으로 몰고 가더니 올해도 파행 정국을 이끈 것과 다름없다.

문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당시 지율 스님의 천성산 터널 건립 반대 단식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들을 향해 “단식을 부추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지금 단식을 만류한다는 명분으로 새정치연합을 농성 정치로 몰고 갔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고 제1야당 대선후보까지 나섰던 책임 있는 정치인답지 못한 행동이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온건파 의원 15명이 어제 “이 장외투쟁 역시 작년 노숙투쟁과 다름없이 의회민주주의의 포기로 기록되고 말 것이며, 우리와 국민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성명을 냈겠는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대국민담화문에서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은 세월호특별법과 분리해서 조속히 처리하는 결단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민생 법안 처리가 아닌 국회 농성으로 답했다. 정치권이 언제까지 세월호에 갇혀 민생 법안까지 볼모로 삼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이 지금은 일개 계파의 수장 노릇이나 하는 운동가 같다는 항간의 지적은 그에게 뼈아픈 말이 될 것이다.
#세월호#김영오#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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