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기동민 사퇴로 막 내린 새정치식 전략공천 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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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어제 전격 사퇴했다. 24일까지 야권연대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셀프 단일화’를 선언했던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정치적 승리이자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사실상 패배다.

기 후보는 당초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사무실까지 냈으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의해 돌연 동작을에 전략 공천됐다. 안 대표는 이 지역에 측근 금태섭 전 대변인을 전략 공천하려 했지만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의 반발로 무산된 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 후보를 서울로 차출했다. 광주 광산을에는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낙하산 공천했다. 원칙도, 민주적 절차도 실종된 밀실공천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기 후보는 20년간 학생운동 동지였던 허 전 위원장이 ‘패륜 정당’ ‘낙하산식 공천’을 거세게 비난해도 개의치 않았다. 그랬던 기 후보가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 요구를 받고는 “노 선배께서 제 몫까지 하셔서 반드시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승리했으면 한다”며 물러났다. 박 시장의 후광을 업고서도 열세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패배선언과 다름없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국민의 거부감을 감안해 당 차원에선 관여하지 않는 척했지만 내심은 ‘묻지 마 단일화’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보자는 계산이었다. 기 후보의 사퇴 직후 정의당이 회의를 열고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 수원병(팔달)의 정의당 이정미 부대표가 사퇴한 것도 양당 간 나눠먹기 식 사퇴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수도 서울에서 유일하게 치러지는 동작을 보궐선거에 자력으로는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후보조차 낼 수 없는 정당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우리 스스로 미래 세력임을 입증하기 위해 기 후보를 전략공천했다”며 돌려 막기 식 공천 쇼를 벌인 안철수 대표는 결국 미래 세력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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