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퇴직 공무원들이 나라 망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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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안전을 위협할 수준으로 개조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청해진해운은 고철값이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세월호를 수입해 무리하게 증축했다. 탑승 정원을 117명 늘리고 화물을 더 실으려고 사이드램프까지 뜯어냈다. 그런데도 세월호는 한국선급의 증축검사와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에서 퇴직한 관료들인 ‘해수부 마피아’가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선박 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를 맡는 한국해운조합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 해수부-해양 관련단체-해운업계의 유착이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해수부 출신을 유관 단체의 대표로 영입해 막대한 연봉을 주고 로비스트로 활용했다. 해수부 사람들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또 자신들도 갈 단체이므로 적당히 봐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해 43명이 구속되고 97명이 기소된 원자력발전소 비리 뒤에도 ‘원전 마피아’가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고위 퇴직자 30%가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재취업했다. 경영진이 고객 돈을 횡령해 돈놀이를 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가 있었다. 저축은행을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퇴직 후 저축은행 감사나 사외이사가 되어 방패 역할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 협회와 인증기관만 7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주세를 담당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은 퇴직 후 주류산업협회로, 보건복지부 관료는 제약협회로 간다.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모피아(기획재정부), 철도 마피아 등 전직 공무원들은 업계와 관련 단체에서 자신들만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퇴직 관료들이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공무원연금을 평생 받는 것도 모자라 업자들의 이익단체에서 또 돈을 받으며 국민의 등을 치는 형국이다.

각 부처가 규제 줄이기에 저항하는 이유도 이 같은 ‘부정부패 카르텔’과 관련이 있다. 해수부만 해도 관리하는 규제가 1491건이다. 규제가 많아야 “봐 달라”는 로비도 많이 받고 관련 단체에 퇴직 관료가 취업할 여지도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직무 관련 영리법인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하게 돼 있는 공무원윤리법을 개정해 각종 협회와 조합에의 취업도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60년 적폐(積弊)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적폐 척결의 첫 번째는 퇴직 공무원을 포함한 공직사회 개혁이어야 한다.
#세월호#증축검사#안전검사#퇴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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