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죽하면 ‘전면 개각론’까지 나오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을 때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 내각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사고 직후에 대책본부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던 정홍원 국무총리부터 실종자 가족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하루 만에 총괄 기능을 해양수산부에 넘겨주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인 15일 국회에 출석해 “바다에서의 안전을 가장 기본으로 챙기겠다”고 발언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해수부는 선박 부실 관리의 책임이 있는 ‘해수부 마피아’에게 휘둘려온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해수부 마피아’는 전부터 누적되어온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장관의 전문성 부족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그가 복잡하게 얽힌 해양 행정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주무 장관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한 긴급 보고를 받고도 예정된 행사 참석을 이유로 4시간이나 경과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실종자 수를 놓고 안행부가 오락가락한 것도 강 장관의 안이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역시 15일 국회에서 “행락 시즌을 맞아 연안 위험지역에 대한 안전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허언(虛言)이었음이 곧바로 판명됐다.

정부의 형편없는 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새로운 인물로 개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지금은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이 당면 과제인 만큼 당장 개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죽하면 ‘전면 개각’을 통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권에서까지 나오는지에 대해 정부는 통렬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6·4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선거 연기론도 나오고 있다. 6·25전쟁 때도 없었던 선거 연기의 발상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