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 구조현장 방해 말고 법안이나 처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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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은 진도 앞바다 여객선 사고 이후 6·4지방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경선 일정도 줄줄이 연기했다. 정치 현안과 관련한 공방도 자제하고 있다.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있는 이웃과 아들딸들의 구조에 온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있는 때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여야 대표와 국회의원, 지방선거 후보자까지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여야가 특별위원회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등에 상주하며 지원 활동을 펴는 것을 나쁘게 보기만은 어렵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정치권이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하면 혼란만 증폭될 수 있다. 오죽하면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가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은 자제해야 한다”고까지 말했겠는가.

여야가 실질적으로 사태 수습에 기여하는 길은 따로 있다.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22건의 선박 안전운항 관련 법안 가운데 64%(14건)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교통관제 통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선박 입출항법’과, 사고 발생 때 가해 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이 구호 활동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는 해상 뺑소니를 막기 위한 ‘선박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고 이후 안전 관리와 관련한 법안 발의를 서두르는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다. 유권자에게 과시하기 위해 발의 건수만 늘리려 한다면 이야말로 국민 우롱이 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선거에 정신 팔려 팽개쳐 놓았던 민생 법안 통과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진도#여객선#국회의원#지방선거 후보자#현장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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