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생 리조트 참사 두 달 만에 또 고교생 여객선 대형 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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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다. 올해 2월 17일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진 경북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많은 고교생들이 희생됐다. 경주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새 학기를 앞두고 많은 행사가 예상되는데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주문했지만 말뿐이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만 280여 명으로 이 중 240여 명이 단원고 학생들로 집계되어 대규모 희생이 우려된다. 이날 사고현장에서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단원고 2학년 정차웅 군의 어머니는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넋을 잃었다. 학교로 달려온 한 할머니는 “생때같은 우리 손주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울까”라며 절규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가 수중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사고 해역의 유속이 빠르고 시계가 나빠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래층 객실에 있던 학생들의 구출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안산 단원고는 학부모들에게 사고 사실을 늑장 통보했다. 여객선 침몰사고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이며 구조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학교 측은 전원 구조됐다고 밝혔으나 곧 잘못된 소식으로 판명되어 원성을 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2시간 만에 구조자 수를 2배 넘게 집계했다가 바로잡는 등 오락가락하는 실수를 했다. 사고도 사고지만 주먹구구식의 어설픈 대처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하다.

세월호는 짙은 안개 때문에 예정 시간보다 2시간여 늦게 출항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수학여행 연기론이 나왔는데도 학교 측이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바다는 파도도 없이 잔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개가 낀 곳이 있었으나 항해는 가능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의문투성이다.

여객선은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좌현이 기울며 침수가 시작됐다. 안전운항 규칙을 준수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항을 하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가 항로에 따라 계기 운항을 했더라면 사고 확률이 희박했을 텐데 침몰사고가 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짙은 안개 때문에 출항이 지연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존의 항로가 아닌 지름길 항로를 택해 운항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고 발생 이후 2시간가량 대피할 시간이 있었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한다. 그런데도 실종자 수가 많은 것은 긴급 상황 때의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가 바다에 잠겼는데도 둥근 구명보트가 1개밖에 펴지지 않아 승객들이 바다에 직접 뛰어내린 것으로 목격됐다. 구조된 학생들은 “배 안이 물에 잠기는데도 여객선 쪽에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했다”고 전했다. 평소 승무원들을 상대로 긴급 상황에 따른 대피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 철저한 사후 대응과 함께 승무원들이 적절한 대피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전남 진도#세월호#안산 단원고#침몰#대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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