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생정치 또 말뿐인가

  • 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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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어제 자민련을 국회교섭단체로 인정하고 사실상 ‘정쟁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중권(金重權) 민주당 대표도 여야(與野) 상생정치를 강조했다. 겉으로만 보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냉동(冷凍)정국이 한달 만에 풀리는 듯도 싶다. 그러나 여야가 그동안 상생정치를 외친 것이 한두 번인가. 말뿐인 상생정치에는 신물이 날 지경이다.

이 총재가 자민련을 국회교섭단체로 인정한 것은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제발 싸움질은 그만두고 경제부터 살려라”라는 것이 민심인 만큼 이 총재의 선택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의원 꿔주기’마저 어물어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는 분명히 민주주의의 정도(正道)에 어긋나는 것으로 원상 복귀가 원칙이다. 이 문제는 야당이 요구하기 전에 여권이 먼저 풀어야 할 사안이다. 적어도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자세라도 보일 때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다소나마 누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여당’을 내세우고 있는 여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강성으로 치닫는 것 같아 걱정이다. 민주당이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과 관련해 다시 “이회창 총재가 몰랐을 리 없다”며 공세를 취하면서 정치권에 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안기부 돈 사건’은 그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이 총재가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처음부터 여권이 검찰에 앞서 ‘정치공세’로 몰아가면서 사건의 성격이 정치적으로 변질돼 왔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과거 여권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의 짐을 털어내는 결단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총재가 풀어야 할 문제이고 그 결과에 대한 옳고 그른 판단은 결국 국민이 할 것이다. 하물며 여권이 아직 수사중인 사건을 두고 ‘몰랐을 리 없다’는 식으로 야당 총재를 다시 공격하는 것은 정국을 경색시킬 뿐이다.

여권이 한편으로는 상생을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총공세’를 외쳐서야 상생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는 ‘너희는 깨끗하냐’는 진흙탕 싸움만 계속될 뿐이다. 이제 ‘힘의 정치’보다는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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