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기부 자금과 ‘YS 의혹’

  • 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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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안기부의 불법 선거자금 지원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으나 의혹이 잦아들기는커녕 꼬리를 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수사 의지 마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차장과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을 기소한 것으로 수사를 끝내려 한다면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엊그제 한나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나온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 관련설은 검찰의 이 사건 수사가 아직도 멀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연찬회 분임토의에서 김영일(金榮馹) 의원은 “강삼재 부총재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자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의 돈은 김 전대통령이 당선된 뒤 받은 대선 축하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강 의원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김 의원도 자신의 추측을 얘기한 것이라고 발을 뺐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의 일원으로 강 의원을 접촉해온 데다 당의 공식행사에서 YS 관련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YS 자신도 얼마 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치르고 남은 돈이 충분해 구태여 안기부 돈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잘못 전달된 얘기라고 부인하기는 했지만 안기부 돈의 성격과 관련해 역시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돈의 출처와 성격이다. 검찰은 예산 횡령사건으로 규정했으나 예산항목 집행 과정 등에 대한 설명과 물증이 부족한 상태다. 그런 터에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강 의원이 YS 관련설을 얘기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더 이상 정쟁(政爭)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도 YS 관련설의 진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예산 횡령이라는 수사결론에 자신이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강 의원도 검찰에 나가 96년 선거자금의 실체를 털어놓는 것이 당당한 공인의 자세일 것이다. YS도 예외가 아니다. 더 이상 정치보복 운운하지 말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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