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는 상위권, 환경은 95위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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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미국 예일대 컬럼비아대와 2년간 공동 작업을 통해 내놓은 국가별 환경지속지수(ESI) 보고서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환경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은 조사 대상 122개국 가운데 우간다(81위) 케냐(82위) 등 아프리카 국가보다 낮은 95위를 차지했다. ESI는 대기 수질 생물의 다양성 등 현재의 환경 상태뿐만 아니라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환경 제도, 민간 부문의 대응 등 22개 항목을 평가한 것이다.

1992년 리우 환경 정상회의 이래 환경의 지속성은 모든 국가에서 환경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 환경의 지속성이란 후세대가 깨끗한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현 세대가 환경을 이용하고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다른 환경의 지속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무성했을 뿐 국제 수준의 측정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지닌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ESI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핀란드이고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국가는 아이티 사우디아라비아 부룬디 등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경제적 조건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선진국들이 대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소득과 환경의 지속성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과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의 소득 수준이 상위권에 속하면서도 ESI 지수가 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은 바로 소득수준과 ESI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단적인 사례이다. 한국은 물론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 급속한 경제 성장 등으로 여건이 나쁘지만 상대적으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ESI 순위가 65위로 한국보다 앞섰다. 이 보고서는 싱가포르가 현명한 관리를 통해 극적으로 환경 위협을 줄였다고 지적해 한국에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순위가 바닥에 떨어진 것은 현재의 열악한 환경보다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환경과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한국이 세계 평균에 뒤진 것은 한국인들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후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일에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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