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시號' 출범과 새세기 지구촌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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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조지 W 부시 전 텍사스주지사가 20일 공식 취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했다. 미 국민은 물론 세계 각 국이 미국의 새 행정부에 걸고 있는 기대와 희망은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신념은 인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자유를 해치는 적들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에 대한 공격과 불순한 의도에는 결연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세계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사실 21세기를 맞이한 지구촌은 비록 냉전체제는 사라졌지만 국지적인 분쟁과 테러, 종교적인 갈등, 기아, 환경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시련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 국의 협력과 공조체제가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역할 또한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시행정부가 세계문제 해결에 강력한 리더십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같은 리더십이 자칫 강대국의 국익우선주의만 추구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주장하는 ‘힘의 외교’가 국익우선주의의 수단으로만 전락한다면 미국은 그에 대항하는 또 다른 도전세력을 만들게 될지 모른다. 부시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나 전역미사일방어(TMD)계획에 대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움직임을 보면 벌써부터 그 같은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NMD나 TMD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시행정부에 주문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는 부시행정부의 ‘힘의 외교’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 것이나 며칠 전 콜린 파월 신임국무장관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밝힌 미국의 ‘대북(對北)정책 재검토’와 ‘현실주의’‘상호주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만 보아도 그 민감성을 실감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 초년병인 부시대통령은 세계 각 국 지도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나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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