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시 ‘정치 검찰’인가

  • 입력 2001년 1월 6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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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역시 요원한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신한국당 선거자금 지원 사건과 관련해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검찰이 과연 정치적 중립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진행 상황이 그때그때 여권 핵심부에 전달되고 있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른바 ‘의원 임대’로 촉발된 여야 대치 상황에서 이 사건 수사가 표면화되자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며 엄정 수사를 다짐했다. 정부 여당의 악재(惡材)를 희석시키기 위해 ‘맞불’을 놓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한 검찰 중립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엊그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연루설과 ‘돈 받은 사람 명단 확보’를 거론했을 때만 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의심하지 않았다. 김대표의 발언이 단순한 정치적 공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오히려 정치권의 엄정 중립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김대표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만에 당시 안기부 돈을 받은 신한국당 후보의 이름이 여권에서 흘러나오면서 검찰은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돈을 받은 야당의원 명단은 물론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검찰의 수사내용이 그대로 여권에 전달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가 당시 안기부 자금 15억원을 받았다는 얘기는 몇 달간 계좌를 추적한 검찰이 아니고서는 어림잡기도 힘든 일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검찰 독립을 강조했고 검찰도 정치적 중립을 다짐했으나 모두 말뿐이었던 셈이다.

물론 안기부가 예산을 빼돌려 집권당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이미 지적했듯이 국기(國基)문란 행위다. 안기부 관계자는 물론 관련 정치인들도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엄벌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여권과 수사강도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물론 당장 이 사건 수사의 신뢰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간 우려되는 사태가 아니다. 검찰은 스스로 다짐했듯이 정치권의 이해득실을 염두에 두어선 안 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상대 당 흠집내기 소재로 이용하려는 술수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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