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원칙을 지켜라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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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원칙과 선택의 게임이라고 한다. 시장경제의 기본은 경쟁이고 원칙은 바로 그 틀을 지키는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법과 기준으로 표현되는 원칙이 무너지면서 서로 상반된 이해관계의 경제주체들이 빚어낸 갈등과 혼란을 이미 경험한 터라 우리는 새해의 경제화두를 ‘원칙’으로 삼고자 한다.

돌이켜보건대 작년 한해 우리가 겪었던 경제혼란의 근인은 원칙 없는 대증요법식 정책집행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졌던 산업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은 고통분담의 원칙이 실종되면서 일방적으로 피해자 입장에 서게된 노조의 반발로 촉발됐다. 또 경제논리라는 대원칙이 정치적 행사인 총선을 빌미로 깨어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은 심화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풀어지고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이 뒤로 물려짐으로써 이것은 앞으로 갈 길이 먼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순간의 고통을 면하기 위해 정부가 무원칙적 반경제적 인기영합적인 정책들을 선호할 때 외환위기 이후 그렇게 강조되어온 시장주의는 그 존립의 바탕을 잃게 된다. 시장주의가 배제된 정부의 원칙 없는 관용주의는 사회기강을 흔들고 경제정책 집행과정에서 계층간 욕구를 확대시킴으로써 더 큰 불만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금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원칙은 곧 공평성과 신뢰로 상징되기도 한다. 원칙이 존중될 때 인기주의가 사라지고 사회적 손실이 줄어들며 집단이기주의가 명분을 잃게 된다. 예외가 원칙처럼 행세할 때 시장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경제는 궤도를 벗어나게 되지만 반대로 원칙을 만든 정부와 지도층이 먼저 예외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면 사회는 쓴 결과에도 승복하기 마련이다.

경제주체들 입장에서 보면 원칙은 예측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소중하다. 예측이 가능할 때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는 제거되고 계획성 있는 경제운용이 가능해진다. 이럴 때 바로 경제의 양축인 생산과 소비가 활기를 되찾고 경제가 다시 회생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번 무너진 원칙은 바로 세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그 해악은 치유가 더욱 어려워진다. 무원칙과 변칙의 시행착오는 작년으로 끝내자. 올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원칙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출 때 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원칙적인 해법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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