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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의 오늘과 내일]종착역 향해 가는 탄핵열차, 내리기가 두렵다

정용관 정치부장

입력 2017-02-28 03:00:00 수정 2017-02-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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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정치부장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목격자인 15세 소년이 살인범으로 몰려 10년 감옥살이를 한 뒤 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재심(再審)’을 보다가 얼핏 ‘박근혜 대통령이 이 영화를 접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상상이지만, 자신도 그 소년의 처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감정이입을 했을까.

며칠 전 이 영화를 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정희 정권 시절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기록되는 ‘2차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을 떠올린 모양이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를 만난 그는 “재심을 해서 무죄가 되고, 그렇게 문제가 해결돼 손해배상도 받겠지만 이게 돈으로 보상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위로했다. ‘정치적 사형’ 위기에 내몰린 박 대통령으로선 작금의 상황이 대(代)를 거쳐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이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운명의 장난으로 여겨질 듯도 하다. 박 대통령은 단 한 번의 헌재 심판으로 정치의 단두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8인 또는 7인 재판관이 (심리를 넘어) 평의·선고까지 하면 재심 사유다. 헌재 구성을 게을리 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사태가 되면 이 재판에 관여한 법조인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27일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선 탄핵안을 일괄 표결한 국회의 의결 절차 잘못을 들어 인용도 기각도 아닌 각하 결정을 역설한 변호인도 있었다.

하나, ‘절차’에 대한 뒤늦은 문제 제기가 헌재 최종 판단에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다. 사실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 심판을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한다는 것부터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대응보다는 불어나는 태극기 숫자에 기대 감정이 앞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우를 범했다. 한 원로 헌법학자는 “탄핵제도에 대한 헌법과 법률의 미비점이나 흠결 등이 분명히 있긴 있었는데, 그 문제를 제기하려면 처음부터 했어야지…”라고 했다.

탄핵심판 진행 과정 자체가 순탄치 않아서인지 쫙 갈라진 광장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마치 탄핵이 인용되면, 또는 기각되면 어느 쪽이든 무시무시한 짓을 저지를 것 같은 기세다. 헌재 결정은 그 자체가 상황 종료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복을 언급하면 무슨 큰 정치적 결단이나 양보를 하는 것처럼 비치게 된 후진적 상황을 선진국에선 어떤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지 걱정이다. 헌재의 결정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절차상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점에선 책임에서 자유롭다 할 수 없다.

이제 탄핵열차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탄핵열차엔 박 대통령 혼자 올라탄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국민 모두가 함께 탄 열차다. 마침내 탄핵열차가 3월 어느 날 목적지에 도착해 멈춰 서면 우리 앞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굳이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길도 있다.

이미 지난 일 같긴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탄핵 결정이 나오기 전 박 대통령이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은 원치 않고 탄핵이 설사 기각된다 해도 통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무조건 하야’ 선언 같은 정치적 해법을 내놓길 바랐던 건 그 때문이었다.

끝내 촛불 에너지와 태극기 에너지가 부딪쳐 국내외 안보 경제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내전(內戰)으로 치닫는 걸까. 양쪽의 합리적 세력을 중심으로 엄청난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몇 달을 끌어온 탄핵정국, 그저 대권 다툼의 전주곡으로 끝나서야 되겠는가. 종착역이 다가올수록 탄핵열차에서 내리기가 점점 두려워진다.

정용관 정치부장 yongar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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