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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의 오늘과 내일]대통령의 사람들

이명건 사회부장

입력 2017-01-24 03:00:00 수정 2017-01-24 09: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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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사회부장
 #1. 2004년 초여름 한나라당을 전담 취재하던 내가 목격한 장면. 13년 전이지만 기억에 뚜렷하게 각인됐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의도 한복판 공터 한나라당 천막당사 두 여성의 뒷모습이다. 먼지가 피어오르는 흙길을 박근혜 당 대표와 측근 전여옥 대변인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

 나중에 전 대변인에게 어디에 가던 길이었냐고 물었다. “대표님 모시고 대형 빌딩 화장실에 다녀왔다.” 초여름 더운 열기에 악취가 나는 천막당사 간이화장실에 못 가는 박 대표의 ‘화장실 수행’을 했다는 것. 아주 가깝지 않으면 박 대표가 허용하지 않을 역할이었다.

 그랬던 전 대변인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표 주변 사람들은 무슨 종교집단 같다”며 박 대표와 결별했다. 그리고 박 대표의 대권 경쟁자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렇게 박 대표 바로 옆을 지키다가 등을 돌린 정치인은 더 있다. 박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진영, 이학재와 2007년 대선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혜훈이다.


 #2. 2015년 초 정호성을 만났다. ‘정윤회 문건’ 사건이 검찰 수사로 일단락된 직후였다. 청와대 인근 중국식당에서 둘이 저녁을 먹었다. 정호성은 “‘정윤회 문건’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 진짜 억울했다”며 청와대에 들어간 뒤 정윤회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호성은 최순실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근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최순실은 저희한테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라고 증언한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 정부는 역대 정부와 두 가지가 다르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 측근들, 나와 이재만 안봉근이 청와대를 떠나더라도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없는 사람’ 최순실이 드러나면서 게이트는 터졌다. 정호성은 구속됐고, 청와대를 떠난 이재만 안봉근은 정치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처지가 됐다.

 #3. 2016년 11월 청와대 전 선임행정관을 만났다. 밤늦게 둘이 술을 마셨다. 그에겐 ‘문고리 4인방’이란 별명이 붙은 적이 있다. 정호성과 20년 넘게 친구로 지냈고,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다. ‘정윤회 문건’도 앞장서서 반격했다. 그 말고 청와대에서 정호성 안봉근에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됐다.

 그는 울었다. 술기운 탓이기도 했지만 통한의 눈물이었다. “2014년 4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대통령이 최순실을 관저에서 만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호성과 안봉근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 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믿었다.”

 그는 정호성을 원망했다. “그때 사실만 알았더라면 대통령을 독대해서라도 최순실을 못 만나도록 막았을 것이다.”

 #4. 2017년 1월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대통령. “나라 안팎 변화가 빠르고 어려움이 많은데 하루속히 안정을 되찾아 나라가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1974년 1월 30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압박을 받던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TV 생중계 연두 교서에서 “나는 (중략) 이 자리에서 떠날 의향이 결코 없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모두 대통령의 사람들’―칼 번스틴, 밥 우드워드) 그리고 7개월 뒤 권좌에서 밀려났다.

 2017년 1월 23일까지 검찰과 특검에 17명이 구속됐다. 박 대통령이 얘기한 안정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대통령의 사람들’이 등 돌리고, 울고, 구속돼야 할까.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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