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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의 오늘과 내일]정치가 싫다

김갑식 문화부장

입력 2017-01-10 03:00:00 수정 2017-01-10 10: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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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문화부장
 정치 지도자는 더 싫다. 유력하다는 대선 후보들은 그만큼 더 싫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관련한 뉴스가 수시로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권(大權) 후보들의 지지율이 발표된다.

 이런 정치의 계절에 정치가 싫다는 말이 가당한 말인가. 그럼에도 요즘 마주치는 적지 않은 이들이 의외로 최 씨의 국정 농단이나 “누가 지지율 1위래” 하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술맛 떨어지게 왜 그러냐고, 쯧쯧쯧.

 이 사람 역시 손사래 치는 부류에 가깝다. 국정 농단, 촛불, 대선에 이어 특정 후보의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다 서로 불쾌해진 경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려면 고개를 끄덕거리며 술 한 잔 더 마시는 게 낫다.

 동아일보는 6일자에 기획 시리즈 ‘외환위기 20년, 기회의 문 넓히자’ 중 금 모으기 운동과 관련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9%는 ‘경제위기가 다시 닥쳐도 금 모으기와 같은 위기 극복 운동에 동참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모를 일이다. 국가와 민족의 위기에 헌신적으로 응답해온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다리가 끊어진 것에 대한 좌절감이 큰 원인일 수 있다. 5포, 7포를 넘어 N포까지 가는 젊은 분노도 빠질 수 없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조금 더 보자. 그러면 국민의 ‘변심(變心)’이 신뢰의 부재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는 답이 2.7%에 그친 것은 그렇다고 치자. 국정 농단을 추상같은 기개로 세워야 할 법원 검찰 등 사법부 수치가 6.1%였다. 심지어 청문회를 통해 증인들을 추궁하고 있는 국회를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꼽은 응답도 3.3%에 불과했다.

 같은 대통령제를 하면서도 미국과 우리 현실은 왜 이렇게 달라야 하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최고 권력자에서 시민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뒷모습에 박수를 치고 싶다.

 내 집에는 정치가 싫다면서도 뉴스를 틀어 놓고 사는 아내가 있다. 어느 날 대화다.

 “(드라마) ‘도깨비’ 보자. ‘기승전’으로 시작해 최순실로 끝나는 뉴스가 지겹다면서 왜 집에 오면 꼭 뉴스를 봐? ○○○는 이래서 싫고, △△△는 저래서 얼굴도 보기 싫다며….” “뉴스 보면 화가 나지. 유력하다는 정치인 얼굴 나오면 더 싫고. 그래도 봐.”

 말이 되나?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귀를 닫을 수는 없고, 이런 대화가 불가피할 때 싫다는 감정은 감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촛불은 새로운 정치의 현장이고, 광장은 그 촛불로 매주 뜨겁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지성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고문은 기고에서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國格), 국민이 쌓아올렸다’는 동아일보 기사 제목이야말로 최근 본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표현했다.

 맞다. 하지만 촛불의 어둠 속에는 정치, 특히 정치 지도자의 일그러진 모습에 배신당한 많은 이들도 있다. 촛불이 상징하는 새 정치는 국민들이 느끼는 그 끝없는 배신감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할지 모른다.

 논어에 있다는 한 일화가 정치가 싫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중국의 춘추(春秋)시대에 공자(孔子)가 여러 나라를 순방하던 중 초(楚)나라의 섭공이 다스리는 지역에 도착했다. 그가 공자에게 자신의 지역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 수 있는지를 묻자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고 답했다. “(정치는)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은 찾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김갑식 문화부장 dunanwor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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