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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오늘과 내일]오직 ‘최순실’밖에 없는 나라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입력 2016-12-27 03:00:00 수정 2016-12-27 09: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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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정책사회부장
 내가 맡고 있는 편집국 정책사회부는 교육, 복지, 고용노동, 환경 분야를 다룬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 현안이 많은 부서다. 하지만 당장 사회적 관심은 최순실표 국정 농단 게이트에 비할 수 없이 떨어진다.

 이재용, 정몽구 회장 같은 재계의 황제들과 김기춘, 우병우 등 박근혜 정권의 특급 실세들을 등장시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와 특검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탓할 생각은 없다. 국회의원과 검사들의 호통에 고개를 떨구고 죄인 코스프레를 하는 권력자들을 보는 것은 통쾌하고 짜릿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분당에 정계 개편 같은 반전까지 예고한 대선 정국과 대통령의 뇌물죄를 겨누는 최순실 게이트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정부 정책들이다.

 최근 나오는 부정적인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경기 둔화 속에서 3.9%로 예상되는 2017년도 실업률은 16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는 3D 업종에 몰려 있는 외국인 근로자 허가 수까지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실업급여 확대 법안은 국회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실업급여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진짜 걱정되는 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인 청년실업률이다. 노동연구원은 “정부가 내년 취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 핵심인 노동개혁 4법은 국회에서 잠만 잔 지 1년 3개월이 넘었다.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해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기득권 벽에 꽉 막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국민은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한 일부 세력에 대한 분노의 촛불을 든 것이지만 내년에는 자칫하면 절망한 청년들이 기득권 1%를 향한 저항의 촛불을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도 수많은 국민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정책이지만 기약 없이 세월만 흐르고 있다. 여당은 아예 발을 담글 생각조차 없고, 늑장만 부려온 정부는 개편안 발표 계획을 연말에서 다시 내년으로 미뤘다. 그나마 야당은 직장 및 지역 가입자 구분을 없애는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대선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음 정권으로 논의 자체가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교과서를 배워야 할 학생에 대한 얘기는 온데간데없다. 이념과 진영 논리만 내세우는 정치권과 학계, 무책임한 정부가 합작을 해 한 나라의 교과서 정책을 ‘×판’으로 만들었다. 정치권 눈치 보기에 이골이 난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의 현장 적용을 한 해 미루겠다고 하자 발표 전날인 26일 청와대가 “무슨 소리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관료들의 부끄러운 작태는 끝이 없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강행하면 반대파들은 나라를 뒤엎을 태세다. 여기에 국정 역사 교과서 발행 금지 법안이 내년 2월 국회에서 통과라도 되면 학교는 난장판이 될 게 뻔하다. 입으로만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라고 떠드는 정치인과 관료, 지식인들의 위선에 진절머리가 난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 여의도엔 5년에 한 번 오는 가장 큰 장이 섰다. 우리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대선 앞에서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관대하게 용서해주고, 뻔뻔하게 모른 척할 만큼 후진 삼류인걸. 내가 이들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그냥 쿨하게 포기해 버린 이유다. 적어도 앞으로 반년간 이 나라는 대통령 자리만 놓고 미친 듯이 싸우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황무지 같을 것이다. 그 뒤에 돌아올 부메랑이 두렵다.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taylor5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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