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45세 청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연욱 정치부장
정연욱 정치부장
“만 45세 이하에 국회의원 후보 공천 10% 이상을 할당한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그제 청년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내놓은 7차 혁신안의 핵심이다. 국회의원 후보뿐만 아니라 광역의원 후보는 20%, 기초의원 후보는 30% 이상을 공천하겠다는 내용이다.

발표 내용 중 ‘만 45세 이하’란 대목에 눈길이 멈췄다. 결국 청년 기준이 45세까지 포함한다는 뜻일 것이다. 45세는 1980년대 학번인데 청년이 아니라 중장년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새정치연합은 청년 기준을 새누리당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이 당 대표가 된 2·8 전당대회에서 청년 기준이 지금처럼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3, 4년 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20대의 이준석, 손수조를 ‘히트상품’으로 발굴해 냈다. 상식적으로 45세 기준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용 통계상 청년은 만 15세∼29세다.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청년고용촉진법에서도 이 같은 청년 기준을 따른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들의 고용을 끌어올린다는 명분 아래 이 연령을 34세로 올리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45세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다.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인 우석훈(‘88만 원 세대’의 저자)은 한 칼럼에서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40대가 청년을 대변한다는 상황은 너무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라며 “20대 초반, 20대 후반 그들의 삶을 더 면밀히 보고 그들에게 맞춘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 혁신위가 혁신안으로 발표하긴 하지만 문재인 체제가 현실과 겉돌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혁신위 발표가 나오자 오죽하면 “청년층의 외연 확대를 노린 승부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는 세대전쟁 프레임의 위력을 절감했다. 인구 구성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세대별 인구 구성비가 역전된 것이다. 대선 유권자 중 2030세대가 38.2%, 5060세대가 40%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투표 경향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이 요즘 ‘노인, 안보 정당’을 목청 높여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이 2030 청년층을 외면할 순 없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사 출구 조사를 보면 2030세대에서 문재인은 박근혜의 두 배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5060세대의 보수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인 만큼 전략적으로도 2030세대는 든든한 우군으로 계속 붙잡아둬야 한다.

누군가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한다면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야당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45세 청년’처럼 당 쇄신과 혁신이 계속 겉돈다면 2030세대의 지지가 계속될 수 있을까.

여권이 사활을 건 노동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위한 프레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야당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일자리 뺏기식 논의엔 반대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야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년 60세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했다는 속기록이 남아 있다. 정년 연장의 꿀단지는 챙겨 가면서도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안은 못 받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사람들은 야당이 공무원연금 협상 때 공무원노조를 끌어들였듯이 이번엔 민주노총 등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야당은 일부 2030세대가 노동개혁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된 것으로 느낀다는 점을 새겨 들어야 한다. 문재인의 혁신이 자꾸 겉도는 느낌이다.

정연욱 정치부장 jyw11@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공천#노동개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