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최영훈]세월호 특검 앞날이 캄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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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최영훈 논설위원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면 11월부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검사 임명 절차가 이어진다. 이 중 세월호 특검 임명은 극심한 난산(難産)의 과정이 불가피하다. 여야 합의로 선정한 4명의 후보를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게 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법 타결 과정에서 봉합한 상처가 터질 수밖에 없다.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리고 여야 추천 4명으로 구성된다. 여당 측 2명은 야당과 세월호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 첫 번째 난관이다. 여야는 후보 4명 선정 과정에 ‘세월호 유족의 참여는 추후 논의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실현되기 힘들다. 유족이 여당 추천위원을 번번이 퇴짜 놓으며 강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사람은 배제한다는 조항도 문제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애매하고 막연하다. 여야 모두에게 사실상 비토권을 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팽팽한 논란과 잡음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실력과 명망을 겸비한 사람은 제안을 받아도 논란에 휩싸일까 봐 고사하기 십상이다. 여야의 피 말리는 신경전 속에 자칫 4명의 후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특검은 대통령과 그 친인척, 국회의원, 정부부처 장차관, 판검사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과 ‘옷로비 특검’부터 2012년 ‘내곡동사저 특검’까지 11명이 활동했다. 판사 출신 6명, 검사 4명, 군법무관이 1명이다. 그나마 밥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례는 ‘이용호게이트 특검’(2001년) 등 극소수에 그친다.

그렇다면 세월호 특검의 앞날은? 누가 특검에 임명되더라도 ‘특별한 성과’를 내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활동기간이 긴 진상조사위가 먼저 조사에 착수한 뒤 특검 출범 후 특검보를 진상조사위에 파견하게 된다. 특검이 진상조사위의 조사와 연계한 수사에 더욱 힘을 쏟게 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면 ‘유병언 비호세력 수사’ 같은 특검 본연의 수사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해경 지휘부의 초기 구조 실패 책임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진상조사위야 형사처벌과 상관이 없더라도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안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진상조사위가 먼저 물고 늘어지겠지만 조사가 벽에 부딪치면 결국 특검이 ‘해결사’처럼 나서야 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정쟁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 특검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특검이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입수하고 싶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법원이 단순한 진상조사를 위해 영장을 발부해줄 리 없다. 진상조사위의 하청작업에 치중하다 보면 세월은 금방 간다. 특검의 독립성은 권력뿐만 아니라 야당과 유족으로부터도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소신껏 수사를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역대 특검은 수사 대상과 범위가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래도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 12번째 세월호 특검은 수사 범위와 대상에 제한이 없다. 내곡동 사저 수사 때 이광범 특검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장담했으나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검이 청와대 조사라는 인화성 높은 소재를 물고 늘어질 수 있으나 공연히 힘만 뺄 수 있다. 집중과 선택만이 세월호 특검이 살 길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세월호 특별법#특별검사#세월호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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