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재영]‘요요’는 다시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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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경제부 기자
김재영 경제부 기자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는 비만도를 알려주는 지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이 수치가 25를 넘으면 비만으로 판정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BMI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근육과 지방의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몸무게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근육질 운동선수가 졸지에 ‘비만’이 되고, 겉보기에 날씬한 ‘마른 비만’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병원이나 피트니스센터에서 체성분 검사를 받는 사람이 많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을 보면 일반인들의 다이어트 계획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책의 근간이 되는 정부 통계가 BMI 수준이어서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기초 자료는 가계신용통계였다. 이 통계에는 대출받은 가계의 소득과 자산 등 중요 정보가 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빚을 낸 사람 중 상환 능력을 갖춘 고소득층의 규모나, 저소득층의 부채 리스크 수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및 총량 위험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 발표를 “근육량이나 나이, 질병 유무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요즘 부쩍 살이 쪘네. 특히 뱃살이 늘었어’ 정도의 말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 절하한다.

정부의 보조통계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매년 공동으로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대상이 2만 가구로 샘플 수가 부족해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100만 명의 금융권 대출정보를 받아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내용이 겹친다는 이유로 통계청의 국가통계 승인을 받지 못해 한은 내부 연구용으로만 쓰인다. 지난 19대 국회 때 한은이 금융회사, 세무당국, 신용정보집중기관 등으로부터 대출자의 부채, 소득, 자산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장에 오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정확한 진단자료가 없으니 처방도 주먹구구다. 대출이 많이 늘었으니 부동산 공급을 줄여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자는 대책은 ‘체중이 늘었으니 한동안 밥 좀 적게 먹고 운동이나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려면 식단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 운동 중 어느 것 위주로 할지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이다. 며칠 굶고 운동하는 시늉을 하다 체중계 눈금이 줄자마자 다시 ‘폭식 모드’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통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정부 부처마다 금융 탓, 금리 탓, 부동산 탓을 하며 대책회의를 해 봐야 탁상공론에 그칠 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그랬듯 가계부채가 1300조 원, 1400조 원을 넘어서면 호들갑을 떨며 비슷한 대책을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다이어트로는 요요 현상만 되풀이될 뿐이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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