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재명]표적 빗나간 행정처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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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소비자경제부
박재명 소비자경제부
“롯데가 잘못했으면 벌 받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피해를 고스란히 협력업체가 뒤집어쓰고, 심지어 폐업까지 우려할 정도라면 처벌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닌가요.”

미래창조과학부가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6개월 프라임타임(오전·오후 각 8∼11시) 방송 중단’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롯데홈쇼핑 협력업체인 세양침대 진정호 대표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털어놨다. 대기업인 롯데홈쇼핑 대신 중소 협력사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그의 설명은 이번에 내려진 미래부의 징계가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침대 제조사인 세양침대는 국내 홈쇼핑 업체 가운데 롯데와 단독으로 거래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판매액이 전체 매출액의 70% 정도다. 진 대표는 “하루 6시간이지만 홈쇼핑은 사실상 프라임타임 판매액이 매출의 대부분”이라며 “6개월 동안 판매가 정지되면 공장을 휴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업원들의 반발도 걱정이다. 진 대표는 “데리고 있는 직원 120여 명에게 ‘롯데가 잘못했으니 우리도 6개월 동안 월급을 줄이고 쉬자’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롯데홈쇼핑의 협력업체는 560여 곳. 이 중 173곳은 세양침대처럼 롯데홈쇼핑과 단독 거래하고 있다. 방송 중단 6개월을 버텨내기 힘든 기업이 그 정도 숫자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미래부가 보완책을 내놓긴 했다. 처벌 시점을 4개월 유예해 9월부터 방송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또 롯데를 제외한 타 TV홈쇼핑업체를 통해 롯데홈쇼핑 협력업체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롯데홈쇼핑 단독 협력업체들은 “의미 없는 대책”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미 굳어진 다른 회사 유통망을 4개월 만에 비집고 들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생존이 걸린 기업과 직원의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처분은 유예 기간을 거치며 더 큰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들은 당장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미 행정처분이 내려진 만큼 법적 타당성을 따지는 소송 등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래부는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교한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

소송 등과 별도로 롯데그룹 역시 미래부 탓만 할 게 아니라 결자해지 차원의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부가 방송 중단 처분을 내린 이유는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비리로 처벌된 임직원 수를 8명이 아닌 6명으로 잘못 신고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신헌 전 대표를 비롯한 이들 롯데홈쇼핑 임직원은 협력업체에서 수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는 등 ‘협력업체 갑질’ 때문에 처벌됐다. 협력업체들만 이래저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롯데그룹이 국내 1위 유통그룹의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을 총동원해 ‘롯데홈쇼핑 협력사 살리기’에 나선다면 신동빈 롯데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투명 경영도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명 소비자경제부 jmpark@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롯데홈쇼핑#세양침대#중소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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