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윤정]금융개혁을 지켜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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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얼마 전 국제 금융경쟁력 조사에서 우간다가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매년 세계 각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평가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우간다(81위)보다 낮은 87위로 평가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언론에 소개된 뒤 국내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며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와 네팔, 베트남보다 못하게 됐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일단 WEF 조사 결과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는 접어두자. 문제는 이후 금융당국이 보여준 태도였다. 최 부총리나 김 대표 같은 ‘힘 있는’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지자 금융개혁 전선이 갑자기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도한 금융 규제를 푸는 데 집중하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은행권의 호봉 위주 임금체계를 성과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룡 위원장은 “남아있는 금융개혁 과제는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임금체계를 지적하는 최 부총리의 발언을 의식한 것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차만 쌓이면 임금이 올라가는 은행권의 임금 구조가 개선될 필요가 있지만 금융당국이 ‘팔을 비틀어’ 해결할 일은 아니다.

이어 금융위는 카드 수수료를 큰 폭으로 인하해 카드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금융당국은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이었다. 더구나 금융위는 그동안 수수료나 금리와 같은 ‘가격’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기 않았던가. 아무리 3년마다 카드 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다지만 카드사들의 순이익 30%가 날아갈 정도의 조정은 과하다.

임 위원장은 그간 금융회사들이 당국이 아니라 시장을 쳐다보게 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금융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가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확대해 왔다.

개혁은 ‘원칙’이 핵심이다. 원칙이 흔들려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앞으로 금융개혁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어떤 발언이 쏟아지든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개혁의 기본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금융산업이 강해지려면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해야 한다. 한국의 금융이 이렇게 허약한 것이 소신 없이 ‘윗선’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개혁#금융#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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