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동용]국회에서는 외면 받는 3B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민동용 정치부 차장
민동용 정치부 차장
미인(여성·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뜻하는 3B라는 말이 있다. 이 3B가 광고에 나오면 소비자의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TV 프로그램에도 3B가 적용되는 것 같다.

먼저 아기. 최근 한 방송사는 종영했지만 지난달 초까지 지상파 3사 모두 아기나 아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탤런트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미 광고계 우량주가 됐다.

다음은 미인. 한 방송사의 군대 체험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 8명이 등장한 특집편은 지난 2주간 시청률 17%를 넘었다. 그전 남성 연예인들이 나올 때보다 시청률이 평균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그리고 동물. 각종 동물의 사연을 다루는 한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한 방송사는 최근 아예 연예인과 동물이 같이 먹고 자게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처럼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3B가 유독 외면받는 곳이 있다. 국회다. 일단 동물은 접어놓도록 하자.

먼저 아이. 지난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보육교사에게 맞은 4세 아이의 몸이 붕 떠서 바닥에 처박히는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보면서 모두 치를 떨었다. 그러나 국회는 굼떴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달 14일 여야는 논평도 내지 않았다. 공분이 확산되고 2, 3일 뒤에야 여당 대표, 야당 원내대표가 각기 다른 어린이집을 의례적으로 찾았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위원장 등의 해외 출장을 핑계로 보건복지부의 현안보고를 2주 뒤에나 받았다. 그러고는 잊혀간다.

다음은 여성.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육군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 여군을 줄곧 “하사 아가씨”라고 부르며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여성이라면 피가 거꾸로 치솟을 만할 얘기다. 더욱이 송 의원은 군 기강을 바로잡는 기무사령관 출신이다.

여야의 반응은 더 어처구니없다. 새누리당 여성위원회는 침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는 송 의원을 비판하며 “소속 특별위원회 및 국방위원회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는 더이상 말이 없다.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요구를 하면서 송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송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런 일로 사퇴까지야…”라는 분위기에 묻혔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있다.

이제 아동학대와 여성인권 문제는 여당의 원내대표 선거와 야당의 전당대회에 묻혀버렸다. 어쩌면 정쟁거리가 되지 않아 여야의 ‘박대’를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 피해 아동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가 수백만 명이고, 여성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표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이 수천만 표를 무시한다. 대단한 강심장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3B#미인#아기#동물#국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