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상운]‘한일관계 악화’ 직격탄 맞은 문화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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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문화부 기자
김상운 문화부 기자
지금 일본 규슈국립박물관엘 가면 백제의 ‘칠지도(七支刀)’ 진품을 볼 수 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1일부터 열린 ‘백제 특별전’에서다. 현재 일본 이소노가미(石上) 신궁이 칠지도를 소장하고 있는데 평소 진품을 전시하지 않아 일본 내에서도 이를 볼 기회가 드문 편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보물 제176호) 등 백제 문화재 50점가량이 출품돼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지난주 백제 특별전 개막식에는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석했으며 현지에서 한일 연구자들의 학술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현지 박물관 관계자는 “칠지도와 왕흥사지 사리기, 무령왕릉 출토 유물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며 “당초 한국에서 건너오기로 한 ‘백제 금동대향로’까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사실 양국 박물관은 수년 전부터 백제 특별전 개최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규슈에 이어 나라국립박물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순으로 대단위 순회 전시회를 열려고 했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상징성을 되새기는 데 백제와 왜의 문화 교류만 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600년 전 백제-왜의 관계에 비해 훨씬 후진적인 한일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규슈국립박물관에 이어 올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던 백제 특별전이 결국 취소된 것이다. 백제 금동대향로를 비롯해 100점의 문화재도 대한해협을 건널 계획이었지만 결국 절반만 보내기로 했다.

쓰시마 섬 불상 도난으로 칠지도의 한국 반출이 힘들어진 게 결정적이었다는 박물관 측 설명이 있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한몫한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의 틈바구니 속에 국민은 백제의 1급 문화재를 감상할 소중한 기회를 잃은 셈이다. 일본 국민도 백제 금동대향로를 볼 수 없게 됐다.

다시 칠지도로 돌아가 보자. 근초고왕의 아들이 서기 369년 왜왕에게 선물로 건넨 칠지도는 단조 방식으로 일곱 개의 칼날을 구현해 낸 백제 공예품의 진수다.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는 칠지도는 그 자체로 한일 문화 교류의 상징이랄 만하다. 당시 백제는 칠지도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 율령, 한자 등 고급문화의 정수를 왜에 전해 주고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단순한 문화 교류의 차원을 뛰어넘어 외교, 군사적 협력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역사의 교훈은 현재도 유효하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첨예한 정치, 외교적 갈등을 푸는 데는 문화적 접근이 최선”이라며 “예컨대 음식문화 교류전은 한일 간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일본을 계속 외면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김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양국 관계의 최후 보루로서 문화 교류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백제 특별전이 일본에서만 열리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김상운 문화부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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