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임수]솔로데이 vs 빼빼로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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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기자
정임수 경제부 기자
“退稅就用支付보(알리페이로 세금 환급 받으세요).”

얼마 전까지 서울 명동 거리 곳곳은 이렇게 적힌 중국어 광고로 뒤덮여 있었다. 명동 지하철역과 지하상가 입구는 벽면 전체가 이 광고로 도배됐을 정도였다.

중국의 전자결제업체인 알리페이(支付보)가 한국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낸 광고였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세금 환급 신청까지 되는 서비스를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알리페이 모회사인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는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하루 동안 무려 571억1218만 위안(약 10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군(光棍)은 독신자, 솔로라는 뜻이다. 한국의 ‘빼빼로데이’처럼 2009년부터 알리바바가 이날을 마케팅에 활용해 독신자를 위한 대대적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 광군제는 중국 최대의 쇼핑대목이 됐다. 주목할 만한 두 가지는 올해 알리바바 광군제 매출의 43%가 알리페이 등을 이용한 모바일결제로 진행됐고, 세계 170여 개국에서 구매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신용도를 평가한 뒤 대출해주는 ‘알리파이낸스’도 운영한다. 또 지난해 6월엔 고객이 알리페이에 충전한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온라인펀드 ‘위어바오’를 선보였다. 위어바오는 1년 만에 가입자 1억 명, 가입금액 약 93조 원을 끌어모아 세계 머니마켓펀드(MMF) 4위에 올랐다. 알리바바는 조만간 인터넷전문은행도 설립할 예정이다.

금융후진국으로 여겨지던 중국은 요즘 세계적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혁명의 물결에서 이처럼 앞서 있다. 후강퉁 등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국제화에 핀테크 혁명이 맞물리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핀테크가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9월에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에 이어 최근엔 16개 은행과 손잡고 소액결제 및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였다. 20∼2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동아스마트금융 박람회’에서도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각종 신상품과 서비스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이 중국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번 박람회에서 강사로 나선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정부가 화끈하게 규제를 푼 덕에 중국에는 금융과 IT가 융합된 완벽한 생태계가 구성됐다”면서 “한국은 시대에 뒤처진 규제, 시스템에 묶여 많은 걸 놓치고 있으며, 특히 금산분리라는 ‘마패’ 하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꼬집었다. IT기업 등 비(非)금융회사의 금융시장 공습을 경계하면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금융회사들도 문제로 지적된다.

알리바바가 10조 원의 경이적 매출을 올린 11월 11일, 빼빼로 과자만 떠올리는 마인드로는 한국 핀테크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정임수 경제부 기자 imsoo@donga.com
#솔로데이#빼빼로 데이#알리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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