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개헌론 나비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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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정치부 차장
장택동 정치부 차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국 상하이(上海)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개헌론의 파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시작은 이랬다. 16일 조찬 자리에서 김 대표가 먼저 20여 분간 마이크를 든 채 공식적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때에는 개헌 관련 질문이 없었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함께 앉은 기자 9명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먼저 야당과 친박(친박근혜)계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적극 환영’이라며 두 손 들어 환영했고, 김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계는 ‘시기상조’라며 각을 세웠다. 이 정도까지는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김 대표가 바로 다음 날 “꼬랑지를 내리며”(김 대표의 표현) 돌연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하면서 정치권의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가 김 대표의 사과 발언 나흘 뒤 김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도 다소 뜻밖의 일이었다.

그리고 23일에는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개헌론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전개다. 새누리당이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인 것까지 김 대표 개헌 발언의 여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쯤 되면 ‘나비효과’라고 할 만하다.

정치권에서는 대표적 나비효과 사례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를 든다. 2011년 8월 당시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고, 결국 사퇴했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던 오 시장이 물러나고 서울시장을 새로 뽑게 된 것 자체도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결과는 ‘서울시장 교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정치일선에 나서면서 정치권 구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벌어졌다. 그 파급 효과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요’ 정치인은 말 한마디, 판단 하나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김 대표는 개헌론을 언급한 시기와 장소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은 ‘불찰’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발언의 취지를 언론이 잘못 보도했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정기국회 이후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지는 상황을 걱정한 것인데, 마치 개헌론을 부추기는 발언처럼 보도됐다는 취지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러 명의 기자들이 일제히 ‘오해’를 할 만한 발언이라면 안 하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무대(김무성 대장)’로 불리는 김 대표의 묵직하고 선 굵은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개헌론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일단은 김태호 의원이 키를 쥐고 있다. 김 의원의 ‘회군’으로 일단락이 될지, 아니면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지.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김무성#개헌론#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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