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정쟁 속에 묻힌 ‘혁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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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정치부 차장
장택동 정치부 차장
한때 정치권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혁신이란 말은 개혁보다 어감이 더 강하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관행과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 탈바꿈을 하겠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혁신’을 국정 운영의 화두로 던졌다. 새누리당 지도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보수 혁신’을 외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기구 이름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고 지었다. 정치권에서는 7·30 재·보궐선거 이후 2016년 4월까지 큰 선거가 없는 20개월 동안 여야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혁신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예전만큼 자주 귀에 들리지 않는다. 무게감도 줄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 속에 혁신이 매몰돼 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가 대혁신의 근간이 될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 법안들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국민공감혁신위원회는 외부인사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어 아직 닻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혁신, 쇄신, 개혁 등의 이름으로 ‘확 바꾸겠다’고 시도한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최근 사례로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해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2013년 3월 당시 민주통합당은 정치혁신위원회에서 혁신안을 내놨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뭐가 바뀌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혁신안이 나왔지만 말과 글로 끝났을 뿐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 전문가인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실행이 핵심이다. 혁신은 그냥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을 실행하려면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급하게 혁신을 하려다가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혁신을 이끄는 지도층의 힘이 떨어지면 혁신으로 잃게 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저항을 이겨내기 어렵다. 한 예로 여야 지도부가 공천 혁신 방안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년 차이고, 새누리당은 대표가 새로 바뀌었고, 새정치연합은 재·보선 패배 이후 변화를 갈망하고 있어 정치권 혁신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말(言)이 아니라 발(足)로 정치권이 혁신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혁신#박근혜 대통령#세월호 특별법#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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