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훈]“지역구 하남시 민원 내가 해결했다” 보도자료 내며 홍보 나선 인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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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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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제부 기자
이상훈 경제부 기자
14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인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도 및 하남시 지역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불통’ 논란을 빚을 정도로 입단속이 센 인수위에서 인수위원이 보도자료를 뿌린 건 이례적이다.

내용은 지역구(경기 하남) 민원 해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있어야 할 인수위원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자리에서 하남 미사보금자리지구의 열병합발전소 예정 터를 옮기고 규모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기피시설인 열병합발전소의 이전과 축소는 지역주민의 최대 민원이었다. 1년 넘게 해결될 기미가 없던 민원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인수위원을 맡은 지 일주일 만에 해결됐다.

LH와 사업자인 코원에너지서비스는 2014년 6월까지 하남 미사지구 내 4만4973m²에 전기 생산과 온수 공급을 하는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남시와 지역주민은 반발했다. 당초 미사지구 외곽에 ‘보조’ 열 공급 시설을 짓기로 했는데 LH가 주민과 협의도 하지 않고 지구 중심부에 대규모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LH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사업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려다 주민들의 실력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 의원이 인수위원을 맡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교범 하남시장은 인수위원 명단이 발표되고 나흘 후인 8일 “LH가 여러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다시 6일 후에는 인수위원인 이 의원이 주재한 회의에서 민원이 해결됐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대안을 찾는 방안을 지난해 말부터 검토했고 1월 말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에 열병합발전소를 착공하지 않으면 내년 10월 미사지구에 입주할 주민들은 난방 공급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4일 회의에 관여한 국토부 지경부 LH 등은 이 의원이 간사인 인수위 경제2분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자칫 인수위원이 지역구 민원 해결에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인 해석”이라며 “지난해부터 10개월 가까이 관계기관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협의해 이끌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을 쥐락펴락하는 인수위원이 미묘한 시점에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모습을, ‘평범한’ 국회의원을 둔 다른 지역구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이상훈#하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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