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지성]검찰총장 ‘코드인사’ 유혹 이번엔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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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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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사회부 기자
전지성 사회부 기자
“새 정부 검찰총장의 자격 조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동아일보가 27일 박근혜 정부의 검찰총장 인사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짚은 기획 기사를 싣자 검찰 내부에서 “고맙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기사를 복사해 후배 검사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일부 검사는 차기 검찰총장 하마평 기사에 ‘김진태 대검 차장과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뚝심 있게 외압을 막아낼 인사’로 묘사한 부분을 놓고 “두 사람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치권력에 맞설 강단 있는 사람을 정권이 선택하겠느냐는 뼈있는 우스개였다.

검사들이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다룬 본보 기사에 이처럼 관심을 기울인 것은 본보가 강조한 ‘검찰권 독립을 지켜낼 수 있는 총장’이라는 명제에 대해 그만큼 깊은 열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로 시작한 ‘비리 검사’ 시리즈가 올해 ‘뇌물 검사’ ‘성(性) 검사’ ‘브로커 검사’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수뇌부 내분사태까지 겪으면서 검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 곤두박질쳤다. 검사들은 지금 자신들을 구원해 줄 새로운 ‘메시아 총장’에 목말라 있다.

검사들의 관심은 박근혜 당선인이 자격을 갖춘 총장을 임명할 수 있겠느냐는 데 쏠려 있다. 어떤 대통령도 검찰을 좌지우지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국민의 칼이 아닌 정권의 칼로 검찰을 바라봤다. 그래서 검찰은 기대 반 우려 반 시각으로 박 당선인을 바라보고 있다.

검사들은 용기 있고 신망받는 총장만이 검찰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자금 의혹 수사 유보 결정,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편법 매입 의혹 수사 등 민감한 정치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코드 인사가 반복되면 검찰은 추락하고 그 부담과 폐해는 대통령이 정권 말에 모두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이제 새 정부로 넘어갔다. 코드인사의 유혹에서 벗어나 검찰을 바로 세우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와,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검찰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져야 검찰이 다시 살 수 있다.

전지성 사회부 기자 verso@donga.com
#전지성#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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